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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정진영작가

포뇨비 2023. 10. 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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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작가: 정진영

줄거리

범우는 자신의 인생에 최고의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범우는 나쁘지 않은 대학교 법학과를 나와 이십 대가 다 지나도록 고시공부를 했지만 합격하지 못했고 반지하 원룸에서 술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중 선배가 찾아와 일상과 감정을 기록하는 행위는 치유에 효과가 있다며 무엇이든 써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글에 범우는 흥미를 느꼈다. 그렇게 고시 공부까지 뒤로하고 소설을 썼고. 원고를 완성해 투고했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낙담했지만 쓴 글이 아까워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금 1억짜리 장편 소설 공모전에 원고를 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는 대상을 탔고 1억 원 문학상을 거머쥔 신인 작가가 되었다. 그는 앞으로 자신의 인생이 장밋빛이리라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 어디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수상 후 2년이 지나서 간신히 들어온 일은 한 CEO의 자서전 대필 일이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는 대필작가가 되었다. 
그렇게 대필로 어찌어찌 먹고살던 그에게 자신이 자서전을 쓴 CEO의 회사에서 채용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가 써준 자서전은 회사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한몫했었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꽤 높은 연봉에 낙하산 소리를 듣겠지만 하루하루가 불안한 그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의례적인 면접을 진행하고, 건강검진을 받고 기다리는데 그는 드디어 찾아온 인생 최고의 시기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4기 판결을 받은 것이다.
대장암 소식이 있었지만 회장님의 배려로 AI부서에서 다니며 질병 휴가를 내고 치료받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AI부서에 가니 직원은 경선이라는 연구원 한 명뿐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잃고 AI를 자신의 아이처럼 만들어 학습시키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죽은 엄마가 떠올랐다. 13년 전 엄마는 자살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고,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었다. 그는 항상 집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그렇게 독립해 살던 어느 날 집에 돌아가서 술 한잔을 하며 저녁을 먹는데, 술에 취한 엄마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빠에게 당신은 참 나에게 나쁘게 대했어요 하며 이야기를 했고 아빠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방에 들어가 버렸다. 범우 역시 엄마의 투정이 듣기 싫어 그냥 집으로 돌아가겠다 말했다.
엄마는 서울로 돌아가려는 범우를 잡으며 이렇게 가면 마지막으로 보는 거라고 말했지만 범우는 뿌리치고 짐을 싸서 나왔다. 정말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경선에게 죽은 자신의 어머니도 AI로 만들 수 있냐 물었다. 경선은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마에 대해 정보가 많아야 한다 했다. 그렇게 범우는 치료를 받기 전에 엄마의 기억을 찾아 떠난다.

리뷰

범우의 삶부터 회사에 취직하게 된 과정이 생각보다 긴데 너무 드라마 같고 현실성이 떨어져서 앞부분은 좀 지루하게 느껴졌다.
엄마의 기억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면서부터 엄마의 일기가 나오는데 엄마의 삶이 너무 안타까워서 마음이 아팠다.
나의 엄마 역시 나보다 어린 나이에 나를 낳아 키우셨다. 알고 있으면서도 뭔가 잘 와닿지 않았었는데, 책에서 엄마가 쓴 일기를 보며 우리 엄마도 저런 힘든 상황들이 있었겠구나 싶어 몰입해서 읽었다.

범우가 엄마에 대해 알게 되고 아빠를 만나고 대화를 하며 풀어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엄마가 겪은 일과 길었던 일기장 속 이야기들에 비해 너무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최근에 SF소설들을 읽으며 AI에 대해 그저 기계와 인간의 차별점이라거나, AI가 인간을 지배하려나? 하는 등의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전에 MBC Life에서 VR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세상을 떠난 딸을 VR로 구현해 엄마와 만나게 해 준 것을 보았던 게 떠올랐다.
AI를 통해 갑작스러운 이별에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주고 그들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하며 다시 AI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 수 있었다.

살아보니까 미워하는 감정이 남아 있으면 이별해도 이별한 게 아니더라. 이별한 이유를 몰라도 제대로 이별한 게 아니고. 만남만큼 중요한 게 이별이야. 이별을 소홀히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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