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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작가

포뇨비 2023. 10. 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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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작가: 김영하

줄거리

철이는 아빠와 홈스쿨링을 한다. 학교에 가고 싶지만 아빠는 학교가 20세기의 잘못된 산물이라 말한다. 게다 연구소에 사는 아이들 중에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없었다. 
철이는 인공지능 연구원인 아빠와 인공지능 고양이 로봇 한 마리, 진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밖은 내전으로 시끄럽다고 하지만 연구소 안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고양이 간식을 사러 외출했다. 아빠가 외출하자 비가 내렸고 철이는 아빠에게 우산을 씌워줄 요량으로 급하게 아빠를 따라나섰다. 펫숍에 들어간 아빠를 보며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가게 밖에서 기다리던 철이는 낯선 남자 두 명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철이가 등록이 되지 않은 휴머노이드라 말하며 철이를 끌고 간다.
철이는 자신이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말하지만 그들은 말을 듣지 않고 철이를 수용소에 넣어버린다.
철이는 수용소에서 휴머노이드인 민이와 인간이 선이를 만난다. 수용소에는 기계파와 휴머노이드파 인간파로 나뉘었는데, 기계 파는 인간들을 싫어해 인간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철이는 휴머노이드인척 했다. 수용소 생활은 힘들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거래를 하며 시장도 생기고, 음악을 연주하는 휴머노이드들도 생겨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다.
수용소에 적응될 무렵 안 좋은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비 휴머노이드들이 사라졌고, 음식과 전기 공급이 중단되기 시작했다. 에너지원이 사라지자 수용소는 지옥이 되었다. 안에서는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전기를 얻기 위한 내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죽는 기계들이 쌓여가는 나날들이 지나가고 어느 날 수용소의 벽이 무너졌다. 내전에서 정부를 공격하는 세력들이 탱크를 몰고 쳐들어온 것이다.
철이 무리는 무너진 담을 넘어 재빠르게 도망쳤다.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마을로 가보기로 한다. 철이는 불을 피우면 소방관이 올 것이고 그러면 아빠가 자신을 찾으러 올 거라 말한다. 선이는 그 말을 듣자 처음으로 철이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질문을 한다. 네가 진짜 아빠의 아들이냐고. 
철이는 자신이 인간인지 휴머노이드인지에 대해 고민에 빠지게 된다.
 

리뷰

AI와 휴머노이드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는 꽤 익숙한 주제이지만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참 중요하다 느꼈다.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고 몰입감 있었다.
읽는 내내 책에서 제시하는 질문들을 함께 고민해 보게 되었다. 중간에 민이가 죽었을 때 몸은 민이지만 기억이 없다면 민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해 이전에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두 명의 사람이 벼락을 맞는다 던 지 하는 모종의 사건으로 둘의 몸이 바뀌는 영화들을 보면 둘이 서로 바뀌었다고 말하지 기억이 이상해진 두 사람으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이를 봐서도 사람의 정체성은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억들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책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기억을 컴퓨터에 넣어 몸은 없는 상태라면 어떨까? 하는 상황을 제시한다.
나는 늘 기억만 있다면 어디 있든 그것은 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읽으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AI는 엄청나게 발달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Chat GPT만 봐도 대화를 하면 마치 사람처럼 대답한다. 학습을 하고 대답하거나 하는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AI가 더 발달한다면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것이다. 감정을 표현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무시무시한 발전의 세상에 몸은 없이 컴퓨터 속에 사람의 기억만 들어가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나는 명확한 해답을 내지는 못했다.

막상 몸이 사라지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몸으로 해왔는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몸 없이는 감정다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볼에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이 없었고, 붉게 물든 장엄한 노을도 볼 수가 없고, 손에 와닿는 부드러운 고양이 털의 감촉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나에게 가장 신선했던 부분이었다. 다른 사람과 몸이 바뀌는 일을 상상하며 기억에 대해 생각해 본적은 있지만 몸이 아예 없다면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얼음과 물일 뿐인데, 왜 이게 이렇게 가슴 시리게 예쁜 걸까? 물이란 게 수소와 산소 분자가 결합한 물질에 불과하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것을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들어진 걸까?

선이는 자신만의 생각이 뚜렷한 아이여서 철학적인 말들을 많이 하지만, 그런 말들보다 물과, 노을들을 보며 순수히 아름다움을 느끼는 모습이 더 마음에 와닿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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