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택 이유
최근에 한창 무거운 내용의 다큐멘터리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기분 전환 겸 가볍게 머리를 식힐만한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책들을 구경하던 중에 하늘색의 바탕과 노란색의 제목이 적힌 발랄한 표지와 어울리지 않게 살짝 무서운 책 제목에 끌려 읽어보게 되었다.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작가:엘 코시마노
줄거리
소설 작가 핀레이는 일도 잘 안풀리고, 최근엔 이혼을 해서 머리도 복잡한 상태이다. 어찌어찌 양육권은 가지고 왔지만 혼자 하는 육아는 쉽지 않아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있다.
편집장과 만나는 날, 가게에서 자신이 쓸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소설은 로맨스 스릴러였기에 핀레이와 편집장은 살인청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편집장은 일이 생겨 먼저 돌아가고 핀레이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는데 자리에 웬 쪽지가 놓여있었다.
쪽지에는 전화번호와 남자이름, 주소 그리고 오만달러 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호기심에 전화를 해보니 살인 청부였다! 카페에서 편집장과의 대화를 아무래도 오해한 것 같았다. 핀레이는 여자에게 오해한 것이라 말하지만 여자는 믿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핀레이는 무시하려 했지만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양육권을 빼앗길 상황이었기에 돈도 절실했고 여자가 이토록 죽이고 싶어 하는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호기심이 생겨 조사를 해게된다. 조사를 하다 마침 남자가 어느 술집에 갈 것이라는 정보를 알게 되어 핀레이는 남자가 간 술집에 따라간다. 술집에서는 여러 모임이 있었고 핀레이는 드디어 남자를 찾게 된다. 남자는 한 여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여자가 자리를 비운사이 남자가 여자의 술잔에 약을 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핀레이는 어찌어찌 남자가 약을 탄 술잔을 남자에게 먹이게 된다. 핀레이는 약에 취해 비몽사몽 한 남자를 차에 태워 집에 가게 된다.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되었지만 핀레이는 남자를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떴다 돌아오니 남자가 죽어있었다! 당황한 핀레이는 남자를 살려보려 인공호흡도 하고 난리를 치지만 죽은 남자가 되살아 날 일은 없다. 설상가상 집에서 일하던 유모가 일을 그만두게 되어 자신의 짐을 가지러 왔다가 죽은 남자를 보게 된다.
원치 않는 상황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얼렁뚱땅 킬러가 되어가는 핀레이의 이야기이다.
리뷰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는 평범한 주부 소설가였던 핀레이가 어찌어찌 살인청부를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핀레이가 죽이는 이들은 다 나쁜 사람들인데, 나쁜 사람들은 죽여도 되는 것일까? 하는 매체에서 종종 다루는 철학적인 메시지가 잠시 떠오르긴 했지만 멋진 킬러가 아니라 우연한 상황으로 사람을 죽이게 된 핀레이가 안절부절 모습이 또 재미있게 흘러가 머릿속에서 무겁게 떠올랐던 생각들은 금세 다 사라졌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과정부터 완전 범죄처럼 깔끔하게 처리되는 과정까지 너무 우연이 많아서 조금 허무하기도 했다.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멋진 액션을 원한다면 책을 추천하기는 어렵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핀레이는 좋은 엄마도, 좋은 아내도 아니었고 심지어는 소설도 그리 잘 쓰지 못했다. 심지어 불안정해 보이는 모습에 처음엔 좀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도 살다 보니 일과 생활 두 가지 토끼를 잡는다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걸 느꼈었다.
일과 생활을 밸런스 있게 조절해서 잘 해내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나는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려워 일에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쓰려 치면 집은 항상 개판이 되었다. 싱크대엔 설거지가 쌓였고, 빨래통에는 빨래가 쌓였다.
처음엔 답답하고 능력 없어 보였던 핀레이가 어느새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 게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주인공처럼 나 역시 일상이 완벽하지 않았고, 하물며 인성도 어딘가는 삐뚤어져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얼레벌레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한 핀레이가 현실에서 비현실적 일상으로 넘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보며 가볍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언급하지 않았는데 약간의 로맨스도 나온다. 로맨스의 결말로 인해 핀레이가 성장했구나 느끼게 되긴 하는데, 이야기를 진행시키려 억지로 욱여넣은 느낌이 났다.
2023.08.29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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