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선택 이유
전자책 도서관을 살펴보다 보니 베스트셀러에서 저주토끼라는 제목이 보였다.
로맨스소설보다는 조금 더 자극적인 추리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을 선호하는 탓에 저주토끼는 내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나는 제목이나 책 표지를 보고 소설을 고를 때가 많은데 이 책 역시 그렇게 선택하게 되었다.
※주의! 단편소설이라 조금의설명이나 생각들에도 스포가 될 수 있다!
저주토끼
작가:정보라
저주토끼는 10가지 단편소설들을 모아 만든 단편 소설집이다.
- 저주토끼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저주토끼는 가장 처음 등장하는 단편소설인데, 저주를 업으로 삼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이다.
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기보다는 저주하는 것이 일이지만 사적으로는 저주를 하지 않는다는 규율이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친구의 복수하기 위해 사적으로 저주를 사용한 이야기를 손자에게 들려주는 액자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할아버지가 실행한 복수는 상대의 아무 잘못 없는 가족들을 먼저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이었는데, 보는 내내 통쾌함 보다는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느껴졌다.
사실 나는 복수하는 내용이 들어간 스릴러 영화들을 보며 왜 주인공이 저렇게 물러터진 걸까 좀 더 잔인하게 복수할 수 없나? 받은 만큼 아니 받은 것보다 더 갚아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며 되려 주인공 보다 더 광분하며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내가 생각한 데로 더 잔인하게 복수를 하니 불쾌감이 느껴졌다. 왜 대중적인 복수극에서 주인공들이 선을 지키며 복수하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선을 지키지 않는 복수는 더 이상 정당함도 느껴지지 않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공감도 되지 않았다.
이 이야기가 단편선이라 그런지 피해자들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긴 하나,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설명해 주어서 피해자의 입장장에 몰입되지 못한 채 상대를 저주하는 내용만 자세히 나와서 저주의 강도가 공감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 머리
어느 날 변기통에서 머리가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무서운 내용이라기보다 '흠... 왜 변기에?' 하는 기분이 들었고 주인공이 변기통의 머리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꽤 담담하게 행동해서 변기에서 나오는 머리가 나에게도 별거 아니게 느껴졌다.
중간에 그만 읽을까 하고 생각할 만큼 좀 지루하고 개연성도 없었는데, 그래도 이왕 틀었으니 한번 끝까지 보자는 마음으로 다 읽었다. 나중에는 반전과 뭐 그럴싸한 무언가가 있으려나 했는데 딱히 그런 것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재는 꽤 새롭긴 했다..
- 차가운 손가락
차사고가 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행동하며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아직도 제대로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못 했다. 앞과 뒤가 연결되는 내용으로 루프형식이라는 사실만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모호한 것에 대해 다루는 소재의 호러 영화나 매체들이 종종 있는데 그런 것에서 오는 공포감을 조성하려고 했던 건가? 싶기도 한데, 사실 안 무서웠기 때문에 의도를 알 수 없었다.
- 몸하다
피임약으로 임신하는 내용.
나는 가끔 스토리가 있는 꿈을 꾸고 일어나면 그 당시엔 내 꿈에서 벌어진 일이 굉장히 말이 되고 현실적이고 개연성 있고 굉장한 스토리를 지녔다고 생각하며 곱씹다가 한 10분 정도 지나고 다시 생각해 보면 굉장히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진짜 개꿈이었다는 걸 깨닫곤 했다.
이 내용은 작가님이 꿈을 꾸고 바로 일어나서 쓰신 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별로였다.
- 안녕, 내 사랑
반려로봇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난한 느낌의 스토리였는데 이런 AI로봇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나는 사람이나 동물형태를 가진 인형에도 정이 들어 버리는 게 힘들어하는 성향이 있어 이 이야기가 더 공감되었다.
하물며 로봇은 상호작용도 가능한 물품인데 몇 년을 함께 대화를 나누고 생활하면서 어떻게 정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 덫
남자가 여우를 구해주며 시작하는 이야기.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거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 유튜브로 엄청난 부자의 손자가 납치되었는데, 돈이 아까워 손자의 몸값을 주기 싫어 질질 끄는 내용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리뷰를 보았다.
돈은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 하지만 가족과 다른 행복들을 모두 버리게 할 만큼의 집착을 할 정도인가?
돈은 분명 행복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돈이 행복 그 자체는 아니다.
그렇게 때문에 돈을 행복이라 단정 짓고 살아가면 그것이 불행으로 바뀌는 순간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질적 욕심이 과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스토리였지만, 책의 장르가 호러이기 때문인지 모든 내용들이 필요이상으로 불쾌하게 진행되는 건 어쩔 수없었다.
- 흉터
괴물의 재물로 바쳐진 남자가 탈출하며 시작되는 이야기.
다른 내용에 비해 분량이 조금 더 많아 스토리가 세세하게 흘러가서 좋았다. 인간들이 어쩌면 괴물보다 더 괴물처럼 느껴졌다. 주인공은 재물로 바쳐질 때도 그렇고 탈출하고 나서 역시 한 번도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했는데 주인공이 복수를 하려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그동안의 행동을 보면 합당한 결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 즐거운 나의 집
결혼 후 장만한 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딱히 임팩트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딱히 생각한 것 없이 후루룩 읽었다.
-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초원의 딸이 사막의 눈먼 왕자와 결혼하러 만나러 가게 되며 시작되는 이야기.
사막이 주 배경이어서인지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느낌이 나서 좋았다. 다른 이야기들이 초반부터 불쾌한 기분을 주거나 어두운 분위기인데 이번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인간의 욕심에 대한 주제였는데 아무리 욕심이 많아도 성격이 저렇게 눈 깜짝할 새 변한다는 게 참 놀라웠다.
- 재회
폴란드에 유학을 간 여자가 유령을 보는 남자와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
흐름이 굉장히 좋았다. 엄마에게 버림받아 전쟁 트라우마가 있는 할아버지와 살게 되는 남자는 자신 역시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여자는 묵묵히 남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
다른 이의 상처를 모두 공감하고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수용하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각 내용마다 호불호가 달라서 전체적으로는 취향이 아니었다.
단편집이라는 것 자체가 나와는 안 맞는지도 모른다. 옛날에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나무를 읽을 때도 어떤 것은 재미있었지만 어떤 것은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 전반적으로 그저 그랬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사람은 부정적인 요소를 더 잘 기억한다던데 그래서인듯하다.
저주토끼와 안녕 내 사랑, 재회 이 세 단편이 가장 재미있었다. 저주토끼나 안녕 내 사랑은 더 길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재회는 단편이었기 때문에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것 같아 단편이었기에 굉장히 좋았다.
2023.08.28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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