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책기록

루나 서윤빈 작가 단편 소설

포뇨비 2023. 10. 17. 11:39
반응형

책 선택  이유

얼마 전 최이아 작가의 제니의 역을 윌라에서 보고, 너무 재미있었기에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자 생각하던 차에 루나라는 이름이 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요새 달에 관련된 것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얼마 전에 봤던 단편 애니메이션 라루나 역시 달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아직 리뷰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조금씩 나눠서 읽고 있는 곽재식 작가님의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라는 책도 계속해서 보고 있다. 사실 제일 먼저 시작했던 게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는 책인데, 벌써 읽기 시작한 지 거의 일주일이 넘었다. 비문학책으로 소설보다 술술 잘 읽히지 않을 것이란 건 예상했지만 진도가 너무 안 나가고 자꾸 다른 것들을 먼저 보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달에 대한 흥미가 생기는지 달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면 한 번씩 더 눈길이 가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루나 역시 이런 심리가 반영되어 더 끌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루나

작가: 서윤빈

소개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중, 장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줄거리

주인공인 루나는 우주에 설치된 6개의 불턱(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고 노출을 피하기 위하여 만든 곳. 물질을 하다 나온 해녀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공간이다.)중 하나인 삼무호에서 동료들과 함께 물질을 하며 산다. 물질은 위험하기 때문에 늘 2인 1조로 나가게 되는데, 루나는 자신의 짝인 이오와 함께 물질을 나간다. 루나와 이오는 하급 해녀로 30미터의 짧은 명줄을 메고 삼무호 가까이에서만 일을 할 수 있다. 둘은 우주 생활과 물질을 꽤 좋아하지만 채집량을 중요시해 그저 늘 열심히 포스필라이트를 캐는 이오와 달리 루나는 30미터 밖에 가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이 늘 불만스러웠다. 최상급 해녀들은 300미터 까지도 나가곤 하는데, 루나는 그것을 늘 부러워했다. 30미터를 넘어서면 더 신비한 위성들과 새로운 별과 우주들을 볼 수 있으리란 믿음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명줄을 늘려달라 요구해보기도 했지만 나이 든 할망 해녀들은 늘 “나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돌아오는 것이다.” 라며 루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녀들은 여느 때와 같이 위성에서 포스필라이트를 캐거나, 언젠가 위성무리에 충돌해 파괴되었다는 인공위성의 잔해들을 뒤져 희귀한 금속이나 부품을 채집하고 있었다. 지루한 채집을 마치고 삼무호로 돌아가려던 찰나 루나는 호박색 우주복을 입은 남자가 의식을 잃고 떠다니는 것을 보게 되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오는 무전으로 할망들을 부르자 했지만 점점 멀어져 가는 남자를 보며 루나는 명줄을 풀고 남자에게 갔다. 산소잔량이 10 퍼 센트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자를 구하기 위해 산소를 사출 하며 전진해 남자를 구해내고 마지막으로 이오에게 돌아가는 중에 정신을 잃는다.
삼무호에서 다시 눈을 뜨게 되었고, 남자 역시 무사했다. 남자는 고마움을 표시하며 매일 루나를 찾아왔고, 주변 동료들은 그것이 사랑일 거라 추측했다. 남자는 루나에게 소설을 건네며 읽어보라 한다. 자신이 10년 전에 출간했다는 책이었다.
책의 내용은 인간들이 ‘전능한 바다를 가진 솔라리스’라는 행성에 가려는 욕심으로 우주로 많은 것들을 쏘아 올렸고, 점점 지구 주변이 쓰레기로 뒤덮었다. 거기에 몇 우주 기업들이 달만큼 큰 위성을 달에 충돌시켜 버리는 등의 치명적인 실수로 달과 위성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 조각들이 지구주위를 뒤덮어 더 이상 우주로 나아갈 수없게 된 것이었다. 그러던 중 위성 무리에서 희토류 광물과 보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채취하는 일을 하는 하는 사람을 필요로 했는데, 마침 달이 없어져 밀물과 썰물이 사라진 바다에서 더 이상 물질을 하지 못하게 되어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이 그 자리에 적합하다 깨닫고 해녀들이 우주로 가게 된 상황이 적힌 내용이었다.
그 책에는 그런 배경 이외에 솔라리스 바다에서 태어나 나온 인간이 위성 사고로 인해 점액질이 되었다가 다시 인간의 모습이 되어 해녀들의 손에 키워져 물질을 하게 되는 내용도 들어있었는데, 책은 마치 루나의 이야기를 적은 것만 같았다. 루나는 뭔가 기분이 조금 찜찜했지만 자신과 함께 지구로 가자는 남자의 말에 고민을 시작했고, 곧 있을 중급 해녀시험을 치르고 난 후 대답을 해주기로 한다.

리뷰

명줄, 망사리, 빗장, 물질 등의 단어가 등장하며 바닷속 이야기를 담은 SF소설인가 생각했지만 위성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며 초반부터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해녀가 우주에서 물질을 하는 내용을 상상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제니의 역을 읽으며 농촌사회의 다문화 가정과 통역 AI라는 주제가 참 있을 법하며 참신하구나 생각했는데, 루나는 그보다 더 충격적인 주제였다. 중간에 남자가 10년 전에 썼다는 소설이 등장하는데 소설의 주인공이 루나와 완전 똑같은 상황으로 그냥 루나 이야기였는데, 남자가 갑자기 소설을 건넨 것이 뭔가 스토리 진행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루나의 현재를 삶을 보여주는데 구질구질하게 지구의 현재 상황과 너의 탄생비화는 사실 이거다!라고 끼워 넣을 부분이 없으니 이렇게 표현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랬다. 지구에서 우주로 나오는데 웬 소설책을 들고 와?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경으로 잡은 자꾸 우주로 무언가를 쏘아 올려 지구 주변이 우주 쓰레기로 메워져 더 이상 우주여행을 할 수없게 된 세상이야기는 꽤 새로운 시선이었다. 얼마 전 동아사이언스 사이트에서 미국 정부가 우주 쓰레기를 방치한 기업에 2억 가량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를 보며 그러고 보니 우주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지? 하고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루나를 읽으며 그 기사가 다시 떠올랐다. 아무리 우주가 넓다한들 지구 보통의 위성들은 지구 주변을 맴돌게 쏘아질 것인데, 그런 것들이 잔뜩 쌓인다면 확실히 루나에서의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중간에 ‘솔라리스’ 행성이 나오는데, 이는 남자가 건네준 소설에서만 등장하지만 소설이 곧 현실을 설명해 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솔라리스’라는 키워드는 꽤 중요하다. 하지만 솔라리스에 대해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느닷없이 이야기해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루나와 이오는 남자가 뭔가 이상하다고 은연중에 느끼는데 그것이 ‘솔라리스’에 신경을 쓰는 남자와 자신들이 솔라리스에서 태어난 조각 같은 것이기 때문인듯한데, 솔라리스에 대한 지식이 없어 심도 있게 내용을 즐기지 못했다.
찾아보니 ’ 솔라리스‘는 유명한 SF소설이고 영화로도 나와있었는데, 우주 SF물을 즐기지 않아 스타워즈 한편 보지 않은 나는 안타깝게도 생소한 부분이라 아쉬웠다. 나중에 솔라리스를 읽고 나서 다시 떠올려본다면 이 소설이 또 다르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마, 호기심에 솔라리스를 보게 된다 해도 이 책을 또 한 번 읽지는 않을 것 같다. 소재는 신선했으나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는 막 재미있다 하기 어려웠다. 중반에 주인공이 은갈색 피부를 가진 것으로 밝혀지는데 갑자기 외계인이라고?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고, 뭔가 중간중간 핀트가 나가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만 , 현실과 섞인 근미래적이거나 뭔가 그런 한 판타지, SF를 볼 때, 나에게는 적절함과 내 기준에서 부합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타입이다. 정말 진지하게 어찌 보면 현실성 있어! 하고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지도 모르겠는걸? 하며 집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집중력이 와장창 무너지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아예 우주에서도 숨을 쉴 수 있고 외계인이 주인공이라면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나도 판타지 소설의 상상력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데, 개인적으로 루나는 나에게 조금 핀트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우주 해녀라는 소재는 참 좋으니 SF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읽어 볼만하다. 물론 솔라리스라는 영화나 책을 봤다면 말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