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의 역 최이아 작가 단편소설

책 선택 이유

제니의 역을 읽게 된 동기는 참 웃기지만 잘못 눌렀기 때문이었다. 윌라 홈페이지에서 윌라 사이파이 컬렉션으로 SF소설 시리즈들을 잔뜩 소개하고 있기에 조금 궁금해져서 이것저것 살피다가 코로니스를 구해줘라는 제목의 책을 보고 읽어봐야지 하고 클릭한 것이 그만 옆의 책을 눌렀는지 제니의 역이 눌러진 것이었다. 심지어 얼마 전 토끼를 읽으며 단편소설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단편은 한동안 보지 않으려 했건만 잘못 클릭된 이 책은 단편 소설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책 소개란을 보니 꽤 재미있을 것 같아 한번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제니의 역

작가: 최이아

소개

제니의 역은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책이다.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 작품집에는 5개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모두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제니의 역은 여기서 중, 단편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줄거리

제니는 농촌의 다문화 가정의 이주 여성을 위한 통역로봇으로 정부에서 시험 삼아 20대를 마을에 보급했다. 주인공인 다은이는 한국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 엄마와 마을 이장인 한국인 아빠 사이의 아이다. 다은이는 이번에 시청에서 제니 만족도 설문조사지를 걷으러 다니는 알바를 받아하고 있었다. 설문지를 받으러 여러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제니가 이용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한다. 어떤 집은 제니를 거의 농사일을 돕는 용으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제니는 이주 여성들의 편의를 위해 잘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들은 한국어를 잘 사용하게 된 아내들을 보며 못마땅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에는 몰랐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었던 일도 이제는 쉽게 넘어가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돌아다니는 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집이 있었는데 남편은 없었고, 이주 여성만 남아 제니에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게 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는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다. 마을 여성들은 여러 정황상 여성이 할머니를 살해하지 않았으리라 확신하고 힘을 합쳐 무죄 증거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마을의 남성들은 여자들이 의견을 가지고 수사를 초치려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서로 부딪히게 된다.

리뷰

첫 느낌을 말하자면 인공지능과 농촌 다문화가정의 조합이 참 색달라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 중에서 제니는 한국에 이주해 와서 살고 있지만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 여성을 위해 마련된 언어 통역 로봇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다. 분명 제니는 그들이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게 해 주기 위해 지원되었던 로봇이었지만, 농촌의 남자들은 이주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싫어했고 그런 것들로 다툼이 생겼다.
다은의 엄마는 이주 여성들에게 차별이 심한 마을에서 자신도 권리가 있다며 제니가 대신 써준 이장 지원서를 내밀며 남편에게 도전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루어 지지 못했다. 정부가 다시 제니를 회수해 가면서 말이다. 정부가 제니를 회수해 간 이유도 제니를 권력을 잡으려는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이유였다. 자신의 권리를 누리고 싶어 하는 게 어떻게 불법일까.그렇게 제니는 회수되었고 정부에서는 제니를 농촌사회에 더 힘쓸 수 있게 힘을 더 강하게 만든 제니 2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제니는 농사일을 돕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라 사람들의 말을 듣고 통역해 주며 사람들의 불편한 일들을 대신해주던 언어 번역 로봇이었는데 그렇게 용도가 바뀐 것이다.
권력이란 무엇일까. 남의 권리를 짓밟으며 올라서야 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다.

단편 소설에 대해 강한 호불호를 가지고 있는데 항상 불호가 좀 더 많았기 때문에 단편 소설에 대해 인식이 좋은 편이 아니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정말 내가 원하던 단편 소설이었구나! 생각했다. 짧고 굵으며 전하고자 하는 바도 잘 느껴졌다. 게다 색다른 조합의 신선한 소재라니, 순전 클릭을 잘못해서 선택하게 된 책이었지만 너무 만족스러웠던 책이다.
나는 사실 한국과학문화상 이라는게 있는 줄도 몰랐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돼서 나머지 이야기들도 하나씩 읽어보려고 한다.